영화 암살 :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을 기억하다

영화 암살, 벌서 몇 번째 정주행인지 모릅니다.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아려옵니다. 그때의 수많은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영화 암살에 대해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비밀작전요원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

친일파 강인국과 조선주둔군 사령관을 암살하기 위한 비밀작전에 선발된 세 명의 무명 요원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 이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주저 없이 경성으로 향하지만 내부의 배신자로 인해 작전 성공은 물론 목숨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영화 암살의 세 주인공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고 암살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이들 곁에는 하와이 피스톨과 그의 동료 영감이 있습니다. 사실 이들은 내부 배신자의 살인청부를 받고 안옥윤과 속사포, 황덕삼을 살해하기 위해 조선에 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명의 요원이 내부 배신자의 말처럼 변절자가 아니라 독립군임을 확인한 하와이 피스톨은 이들의 작전을 돕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의 특별한 인연이 큰 영향을 끼친 듯 보입니다.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은 경성에 오기 전 상하이에서 짧은 만남을 갖습니다. 일본군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 잠시 부부 행세를 한 것입니다. 이 우연한 만남은 서로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결국 암살작전까지 함께 하게 됩니다.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

실제 하와이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하와이에서 온 살인청부업자라 이름 붙여진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 돈만 주면 누구든 죽여준다는 악명 높은 이들이 새로운 살인 의뢰를 받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다 변절했다는 안옥윤과 속사포, 황덕삼을 살해해 달라는 한 남성의 의뢰를 받고 경성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곧 이들이 진짜 독립군이고 오히려 살인청부를 요청했던 남성이 변절자임을 알게 됩니다.

안옥윤과의 대화를 통해 하와이 피스톨이 일본에서 작위까지 받은 친일파 아들임이 밝혀집니다. 친일을 한 아버지가 부끄러워 정처 없이 살인청부업자 일을 하며 무심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립군을 위해 음지에서 숨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안옥윤의 암살임무를 돕다 결국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임시정부 대원이었던 명우’가 영화 초반 염석진에게 총을 맞아 죽은 듯 보였지만 영화 말미 생존해 있었으므로 하와이 피스톨 또한 죽지 않고 살아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배신자 염석진

젊은 시절 친일파 강인국을 암살하려 할 만큼 열렬한 독립투사였지만 고문을 견디지 못해 일본의 앞잡이가 된 염석진. 김구에게 비밀이 들통나자 아꼈던 대원들에게 총을 쏘고 도망을 갑니다.

하와이 피스톨에게 안옥윤과 속사포, 황덕삼의 살인을 의뢰한 인물로 경성까지 쫓아가 이들의 암살작전을 방해합니다. 살기 위해 동료들을 일본에 팔아넘기고 그것도 모자라 제 손으로 직접 죽이기까지 하는 파렴치한 배신자인 것입니다.

하지만 해방 후 고위 경찰로 승승장구하며 안옥윤과 명우에 의해 사살되기 전까지 잘 살았던 것으로 보여 속이 뒤틀려지기도 했습니다. 실제 독립군의 후손들은 가난에 허덕이지만 친일파 자손들은 부와 명예를 가졌다고 하니 참 슬프기까지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안옥윤이 그에게 총구를 겨누며 왜 동료들을 팔았는지 물었을 때 “몰랐으니까, 해방될지 몰랐으니까”라는 답을 합니다. 실제 친일파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당장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팔고 동료를 팔고 자신마저 팔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에게 알려주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 그 외 수많은 독립군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선물같은 영화, 암살

보고 나서 마음이 정말 아팠던 영화 암살, 외면하기 쉽고 잊기 쉬운 일제 치하 독립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나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고마워서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선물 같은 영화였습니다.

영화 말미, 해방을 맞이하며 김구와 김원봉의 대화를 나눌 때 돈 봉투가 보입니다. 누군가 독립군을 위해 돈을 보낸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누가 보낸 것인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마지막 돈, 10년도 넘었다, 총독부 정보와 돈’ 등의 대사를 보면 누군가가 돈을 보내오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것인지, 마지막 돈을 보낸 후 10년도 넘게 지났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전자라면 쌍둥이 언니 미츠코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안옥윤일 것이고, 후자라면 겉으로는 살인청부업자 일을 하지만 뒤에서 몰래 독립군을 돕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하와이 피스톨일 것입니다.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김구와 김원봉이 ‘그게 마지막 돈인가’라는 대화를 나누는데 10년쯤 전부터 지금까지 보내온 돈이라면 그 당시 그게 마지막 돈인지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마지막 돈이라는 것은 과거 어느 시점 이후로 보내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후자가 더 어울립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하와이 피스톨이 단순 살인청부업자는 아닐 것으로 보였으며 오히려 뒤에서 몰래 총독부 정보와 살인청부 일을 해서 번 돈을 임시정부에 보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살인청부 또한 일반 시민이 아닌 일본군 또는 친일파를 처단하는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이후 안옥윤과 속사포, 황덕삼의 암살작전을 돕다 사망하게 되어 더 이상 독립군에 돈을 보내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 또한 피 끓는 조선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과거를 잊은 사람에겐 미래가 없다고 합니다. 암울하고 슬픈 과거지만 그래도 계속 상기하고 기억해야 비슷한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책을 통해 늘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겠습니다.